책과 문학

향수( 鄕愁)--정지용

芝泉 2014. 3. 2. 10:36

鄕 愁
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
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 백이 황소가 
해설 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
그곳이 차마 꿈 엔들 잊힐 리야 
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,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
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
짚 벼 개를 돋아 고이 시는 곳 
그곳이 차마 꿈 엔들 잊힐 리야 
흙에서 자란 내 마음,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
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 추름 휘 적시던 곳 
그곳이 차마 꿈 엔들 잊힐 리야 
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
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, 아무렇지도 않고 
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
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
그곳이 차마 꿈 엔들 잊힐 리야 
하늘에는 성근 별,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
발을 옮기고,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
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
그곳이 차마 꿈 엔들 잊힐 리야 !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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